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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Squares (2)

첫 번째 에피소드 자막을 만든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7개월이 지났다. 이럴수가.. !첫 번째 자막과 마찬가지로 이 기회를 빌어 블룸스버리 얘기를 길게 늘어놓을 예정이므로 자막만 받으실 분들은 먼저 받으시고,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아래 글은 건너뛰시면 되겠다.


Life.in.Squares_102_kor.srt

<Life in Squares>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1912년부터 1937년까지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네사 벨의 삶이 이야기의 중심이며, 블룸스버리에 관한 수많은 자료와 기록들에서 의미 있는 부분이나 인용구들을 뽑아내는 솜씨도 여전히 훌륭하다. 이 쇼의 제작진들이 작가인 버지니아가 아닌 화가인 바네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말하기보다는 보여주기 방식을 택한 것은 정말로 좋은 선택이었다. 바넷사는 평생 대담하면서도 매우 사적인 인물이었고, 천성적으로 모성애가 풍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냉정하리 만큼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다. 버지니아가 평생 쓰고 말하는 사람이었던 것에 반해 바네사는 늘 행동하는 사람이었기에 <Life in Squares> 역시 주인공들의 감정을 묘사하거나 설명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영리하고 참신한 접근. 


1912년부터 1937년 까지의 일들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할까 하다가 인물 별로 정리하기로 한다. 


1. 울프 부부

만약 레너드의 신과도 같은 선량함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얼마나 여러 번 죽음을 생각했을까.

                                                                                                          - 버지니아 울프


1912년, 실론 섬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영국으로 돌아 온 31살의 레너드 울프는 절친한 친구였던 리튼 스트레치의 격려에 힘입어 버지니아 울프에게 청혼한다. 버지니아는 30살이었고, 동성애자였던 리튼이 이미 청혼을 했다가 장난처럼 무마 된 후였다. 변호사 아버지 밑에서 중산층으로 자란 레너드 울프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영국에 뿌리가 없는 유태인으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당시의 모든 영국인들처럼 블룸스버리 그룹 역시 유태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었다. 버지니아도 예외는 아니었고, 바네사와 클라이브는 훨씬 더 노골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너무 일찍 죽어버린 토비라는 끈으로 묶인 사이었으며, 레너드와 버지니아의 사이에는 진정한 애정과 이해가 있었다. 두 사람은 부부가 된 후 늘 서로에게 매우 정직했으며 평생 서로의 일을 격려하고 지지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평전을 쓴 허마이오니 리는 두 사람의 관계가 많은 오해를 받고 있음을 지적하며, 레너드가 일방적으로 버지니아를 통제했다거나, 버지니아가 레너드에게 평생 무거운 짐에 불과했다는 편견들은 모두 사실이 아님을 여러 증거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에피소드의 시작인 1912년에서 1915년의 3년 동안 버지니아는 몹시 아팠는데 이 시기 동안 레너드는 헌신적인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며 이런 관계는 이후로도 계속된다. 신혼부부에게 힘든 시기였지만 버지니아는 레너드의 지지에 힘 입어 결혼 전부터 쓰고 있었던 장편 소설 <멜림브로지아>를 <출항>이라는 제목으로 바꾸어 출판하는 기쁨을 맛 보기도 했다. 때로 버지니아는 아이들이 주는 사랑으로 충만해 보이는 바네사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했지만 레너드와 함께 했던 그녀의 삶은 다른 방식으로 충만했고 열정적이었다. 울프 부부는 모두가 회상하듯이 매우 부지런했으며 매우 지적인 사람들이었으며, 바네사가 점점 사적인 삶으로 숨어드는 동안 가난한 학생들처럼 초라하게 시작했던 두 사람의 명성은 점차 높아져갔다. 


2. 리튼 스트레치 

우리가 우리의 윤기 없는 실제 존재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몸서리치지. 그러나 언제나 예술이 승리한다고 생각해.   -리튼 스트레치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리튼 스트레치는 블룸스버리 그룹 내에서도 스티븐 가 남매들과 가장 깊고 오래된 인연을 가진 인물이었다. 어릴때부터 이웃에 살면서 서로 잘 알고 지냈던 스트레치 가문과 스티븐 가문은 평생 가깝게 교류했으며 리튼 스트레치는 토비의 케임브릿지 친구로 시작해 그의 죽음 후 자매에게 매우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스트레치 가문은 거대하고 시끄러우며 특이한 대 가족이었고 리튼 역시 버지니아처럼 평생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애쓰면서도 평생 그들에 대해서 썼다. 버지니아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토비의 다른 많은 친구들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아 방황하고 있었던 리튼은 1918년 <저명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라는 전기가 크게 성공하면서 작가로 성공해 버지니아의 질투를 사기도 했다. <저명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당대 전기 문학의 틀을 깨고 소재가 되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버지니아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버지니아는 <출항>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세인트 존 허스트와 <파도>의 네빌을 만들어낼 때 리튼 스트레치를 모델로 했다.


3. 로저 프라이 

그렇게 그는 화려하고 사람 많은 방에서 자신이 말하는 것에 심취해서, 자신이 만들고 있는 인상은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 말한다. 환상적이지만 이성적이고, 온화하지만 환상적으로 고집 세고, 참을성이 없지만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무엇인가 아주 중요한 것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념으로 불타면서 말이다.  - 버지니아 울프가 쓴 <로저 프라이> 전기 중  


1910년 블룸스버리 그룹에 등장한 로저 프라이는 동 시대인들 에게 예술 감상이라는 취미를 전파했다고 여겨졌을 만큼 영향력 있는 뛰어난 미술 비평가이자 작가였다. 클라이브와 바네사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후 블룸스버리의 일원이 된 그는 1911년 바네사와 사랑에 빠졌고 이 연애는 오래 가지는 못 했지만 두 사람은 평생 가까운 관계로 지냈다. 처음에는 둘 사이를 질투했던 버지니아는 바네사와 로저 프라이의 관계가 끝난 후 그와 가까워지기 시작했으며, 평생 그를 좋아했다. 로저 프라이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바넷사는 몹시 슬퍼했으며 버지니아는 그를 기리기 위해 전기를 썼다.


4. 바넷사-덩컨-버니


1차 대전이 시작되기 전 던컨과 사랑에 빠진 바네사는 던컨의 연인인 데이비드 가너트 (버니)와 불안한 삼각관계를 맺고 있었다. 블룸스버리의 남자들은 대부분 양심적 병역 거부를 택했고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지방 법정에서 승소해야 했다. 친구들의 도움, 특히 버지니아 부부의 도움으로 겨우 소작농으로 인정받게 된 두 사람은 바네사와 함께 서섹스에 있는 찰스턴으로 이사한다. 클라이브와 바네사의 두 아들 줄리언과 퀜틴도 함께였다. 이제 남편이라기 보다는 친구에 가까운 사이가 된 클라이브는 자신의 연인이 따로 있었으며 찰스턴에는 환영 받는 손님으로만 가끔씩 방문했는데, 이런 관계는 클라이브와 바네사의 남은 일생 동안 평생 지속된다.  평생 동성애자였던 던컨과는 달리 양성애자였던 버니는 바네사와도 관계를 맺으려고 했으나 바넷사는 거부했으며, 세 사람은 전쟁 내내 질투와 애정, 집착이 뒤범벅 된 복잡하고 불안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졌는데, 크리스마스날에 태어난 던컨과 바네사의 딸인 안젤리카를 보고 던컨과 연인 사이었던 버니가 이 아이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유명한 블룸스버리 일화 중 하나. 다음 에피소드에 이 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므로 지금은 여기까지만 해도 될 것 같다. 바네사는 클라이브의 합의 하에 던컨과 자신의 딸인 안젤리카를 벨 가문의 아이로 세상에 소개했지만 버지니아 부부를 비롯한 블룸스버리 친구들은 모두 진실을 알고 있었다. 줄리언과 퀜틴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모르는 사람은 안젤리카 본인 뿐이었다.


5. 줄리언 벨

글을 쓰는 것말고 내가 뭘 할 수 있겠니? 내가 글을 계속 쓰는 게 낫지 않았겠니?

                                                             -버지니아 울프가 줄리언 벨에게 보내는 편지 중


바네사와 클라이브 부부의 첫째 아들인 줄리언은 어머니인 바네사와 평생 매우 가까웠으며 이모인 버지니아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매에게 일찍 죽은 오빠 토비를 연상시켰던 줄리언은 삼촌과 아버지처럼 케임브릿지에 진학해 <사도들>에 가입하는 등 전 세대와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쳤으나 나이가 들면서 블룸스버리 그룹의 모토였던 평화 주의 노선을 격렬하게 거부하게 된다. 전 세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서고자 했던 그는 1935년 중국으로 떠난다. 이번 에피소드는 줄리언이 1937년 중국에서 돌아온 시점에서 끝이 나는데, 동료 아내와의 불륜이 원인이었지만 스페인 내전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좀 더 단호해지고 부모 세대의 가치관을 더욱 거부하게 된 그는 파시즘과 맞서 싸우려면 블룸스버리의 자유주의적 낙관론이 아닌 군사적 행동을 동반한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가장 총애 받는 블룸스버리의 아이었던 그의 운명은 역시나 블룸스버리의 다음 세대가 중심이 되는 다음 에피소드에 더 나올 예정.


(+) 레너드가 버지니아에게 읽어주는 소설은 조셉 콘래드의 <비밀요원>

(++) 버지니아가 바넷사에게 상기시켰고 바넷사의 출산 중 버니가 읽어준 시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흙덩이와 조약돌>


written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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