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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의 멍청이 씨에게

  얼마 전 투자 실력 뿐 아니라 재치 있는 연례 보고서로 유명한 미국의 펀드 매니저가 쓴 글을 읽다가 '뭔가 웃긴 말이 생각 났는데 출처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마크 트웨인의 말이라고 하면 된다' 라는 대목을 보고 좋은 전략이라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이렇듯 죽은 지 백 년이 넘은 후에도 여전히 미국식 재치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마크 트웨인이지만 그의 자서전은 정신 없이 웃기고 약간 껄끄럽다가(당시로서는 급진적이고 인도주의적이었겠지만 미국 내 흑인에 대한 그의 태도는 현대인이 절대 본 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굉장히 슬퍼진다. 마크 트웨인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서부터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줄곧 잃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톰 소여의 모험'에서 개구쟁이 형과 대조되는 반듯한 고자질쟁이 시드의 모델이었던 동생 헨리의 때 이른 안타까운 죽음을 묘사할 때만 해도 느껴지던 작가로서의 훈련된 초연함은 노년기에 접어 들어 절친한 친구들과 두 딸, 그리고 부인을 줄줄이 잃는 시점에 이르자 증발한 듯 사라지고 없다. 인생의 어떤 상황에서도 고집스럽게 웃을거리를 찾아내던 그도 마침내 항복한 듯이. 하긴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건강하던 20대의 딸 수지를 여행 중에 뇌척수염으로 잃고, 오랫동안 병을 앓았던 아내도 뒤따라 떠난 후, 간질을 앓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비서로 활발하게 살았던 딸 질마저 죽어버리는 대목에 이르면 독자인 나도 참담한 심경이 되는데. 직접 살아내야 했던 사람에게는 끔찍한 시간들이었겠지. 질이 크리스마스 전 날 갑작스럽게 죽은 후딸을 기억하며 쓴 글은 독자로서도 눈물이 날 만큼 슬프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마크 트웨인도 곧 세상을 떴다.

 이런 사정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그가 만병통치약을 계발했다며 홍보 팜플렛을 돌리고 있었던 사기꾼 약장사에게 쓴 편지를 읽고는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다. 이 편지는 1905년에 쓰여졌으니 그는 이미 딸 수지를 잃었고 바로 전 해에는 부인 올리비아마저 떠나 보낸 상황이었다. 젊은 시절 휘말렸던 수많은 황당한 사건들을 모조리 유머의 소재로 써먹었던 마크 트웨인이지만 환자의 희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기꾼은 참을 수 없었겠지. 특유의 날카로운 재치로도 거의 가려지지 않는 그의 분노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편지다.

원문은 여기에서. 번역은 내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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