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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Doesn't Need a Prince

  제인 오스틴이 [엠마]를 훗날 조지 4세가 되는 섭정공에게 헌정하는 과정은 [엠마]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못지 않게 우스꽝스럽다. 우선 제인 오스틴은 방탕하고 낭비벽이 심했으며 부인에게 잔인했던 섭정공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왕족이 팬이라는데 어쩌겠는가. 왕족의 '제안'은 곧 '명령'이었기에 전설적인 출판가인 존 머레이는 제인 오스틴의 미적지근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결국 왕자에게 바치는 화려한 헌정사를 붙여 [엠마] 2000부를 야심차게 출간한다. 지나치게 화려한 나머지 제인 오스틴이 대놓고 반항은 못 하고 비꼬기 위해 과도하게 예의를 차렸다고 보는 의견도 있을 정도.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금 옮겨보려는 제인 오스틴의 편지는 이미 [엠마]가 섭정공에게 헌정되기로 결정된 후에 쓰여진 것으로, 어차피 왕족의 이름을 들먹일 거라면 인쇄공들에게나 써 먹어서 자꾸 밀리고 있는 인쇄나 좀 서두를 수 없을지 궁금해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인쇄에도, 판매에도 왕족의 후광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 제인 오스틴에게는 딱히 득이 된 일은 아니었던 셈. 좋은 평이라도 들었다면 모르겠지만 책이 출간 된 후 섭정공은 몹시 공식적인 감사 인사(아름다운 책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내용) 외에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는데 제인 오스틴은 이를 두고 존 머레이에게 건조하게 비꼬는 편지를 보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신 작업에는 만족하신 모양이네요. 제 작업은 모르겠지만요.) 게다가 귀찮은 일도 생겼다. 섭정공과 제인 오스틴 사이에서 다리를 놓았던 왕족 사서는 자신의 삶에 기반한 해군 목사에 대한 역사 소설을 써보라는 둥 쓸데없는 제안을 해 왔던 것. 제인 오스틴은 후대인들이 무명 여작가의 자신감 결여로 끝없이 오독했던 겸손한 태도로 거절하지만 후에 이런 '제안'들을 모아 재치있게 비꼬는 글을 쓰며 즐거움을 얻는 것도 잊지 않았다. 

편지의 원본은 Deirdre Le Faye가 편집하여 출간한 제인 오스틴의 편지집에 실려있고 번역은 내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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