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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이 너무 많다

홈즈와 왓슨의 관계에 대해 알아둘 게 있습니다. 당신은 절대로 그걸 밝혀내지 못해요. 책 속에 없거든요. 명시적으로 밝혀진 적이 없어요. 두 사람이 정말 그런 사이라고 책에 나와 있었더라면 끝내줬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결론도 없는 논쟁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이 두 사람이  책에서 안 보이는 부분에서 연인일 거라는 생각 자체가 너무 유명해진 탓에 이제는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조차 "당연하지, 셜록이랑 왓슨은 그런 사이 맞다고!" 라고 주장하는 지경이 되었네요. 팝 컬쳐라는 게 그렇죠! 우리들끼리 하는 말이지만, 저는 (당연히) 멍청이 왓슨보다는 게이 왓슨이 좋습니다. 왓슨이 여가 시간에 뭘 하든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죠. 그러니 가서 범죄 해결이나 하라고요!  

지금까지는 만화 번역만 올렸지만 이번에는 공감하는 바가 너무 커서 케이트 비튼의 말도 함께 인용한다. 우리는 셜록과 왓슨이라는 두 남자가 친구 이상의 관계라는 설정을 너무나 믿고 싶어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즐겁게 향유해 왔기 때문에, 마치 원전에 명시되어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 설정을 따르지 않으면 대단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비난을 받게 되는데, 나도 뒤늦게서야 보고 높게 평가하게 된 [엘레멘트리]가 이런 경우가 아닐까. 사실 왓슨을 여자로 설정하는거나 시대 배경을 현대로 옮겨 오는거나 원전의 변형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도 없는데, 역시나 팬들의 해석에 불과한 두 남자의 관계를 연인으로 묘사할 수 없다고 해서 '원전 파괴'라고 화를 내는 건 확실히 뭔가 우스꽝스럽다. 그렇다고 다른 작품들이 셜록과 왓슨을 실제로 동성 연인 관계로 그리는 것도 아닌데. 그쪽들도 아무리 윙크를 해도 결국 '브로맨스'라구요. 여하튼 [엘레멘트리]는 정말로 재미가 있고, 왓슨과 셜록의 관계도 오히려 이쪽이 원전 속의 우정에 훨씬 더 가깝지 않나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한 10시즌쯤 나와주면 좋겠는데.


*이번에도 말칸을 지워주신 27님께 감사를!


#셜록홈즈 #케이트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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