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OH, ANNE

브론테 자매와 함께 하는 남자 구경
앤 어째서 알콜 중독 인간 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는 내용의 책을 쓰고 있니? 개자식 같은 행동들을 로맨틱하게 그려내는 게 이 가족 내에서 인정받는 문학적 전통인 걸 모르니!  

이게 왓슨 만화와 더불어 내가 가장 처음 본 케이트 비튼의 작품이었는데 덕분에 앤 브론테에게 관심이 생겨서 [아그네스 그레이]도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샬롯과 에밀리 브론테를 언니로 둔 막내 앤 브론테는 가족 중 가장 얌전하고 종교적인 성향이 강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알려진 거야 어쨌든 브론테답게 만만한 성격은 결코 아니었던 게 틀림없다. 사실 앤 브론테는 가정 교사와 학교 교사 일에 진절머리를 내며 오래 유지하지 못했던 언니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버텨내서 자리를 굳히고 오래 일했던 브론테이기도 하다. 그때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 [아그네스 그레이]인데, 이 소설에서 앤 브론테는 자신을 괴롭게 했던 고용인 가족을 비판할 때 전혀 말을 아끼지 않았다. 샬롯 브론테의 [빌레트]와 [교수]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지만 덜 격렬하고,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좀 더 상식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화자가 등장하는데 생각보다 꽤 재밌다. 


하지만 여기서 케이트 비튼이 염두에 둔 작품은 아마도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이겠지. 앤 브론테는 언니들에 비해 살아 생전에도 사후에도 인기가 매우 없었는데, 이 작품이 재평가 받기 시작해 현재는 언니들 못지 않게,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초기 페미니즘의 길을 닦았다는 말을 듣는다. 이 만화는 물론 농담이지만 완전히 지어낸 내용은 아닌 것이, 샬롯 브론테는 앤이 죽은 후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의 재판매를 금지했었다. 내용이 너무 거칠고 조악하다는 이유로. 확실히 언니들과 다른 분위기이긴 하다. 로체스터씨나 히스클리프가 다소 낭만적으로 그려지는데 반해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의 여자 주인공은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아이를 해칠까 두려워 도망치고 그후 자신의 수입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당시 영국 법에 따르면 여성의 재산과 아이의 양육권은 모두 남편의 소유이기에 이 행동은 절도와 납치를 동시에 저지르는 셈인데, 상당히 대담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참으로 놀랍지 않게도,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은 국내에 번역본이 없다. 옛날에 되었다가 절판된 지는 모르겠는데, 아예 그런 적도 없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영미권에서 진행된 발굴 작업과 연구들을 보면 앤 브론테도 꽤 재미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국내에는 자료가 별로 없으니 아쉬울 따름.


written words

와조스키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