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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날개

사람들은 그녀가 뭔가 잘못한 게 틀림없다고 말한다. 다른 여동생들처럼 오빠들을 안전하게, 온전한 채로 데려오지 못했다고. 마지막에 해를 입었어야 하는 사람들은 마녀들뿐인데 어쨌든 그들은 죽었을 테니. 그러니 사람들은 동생에 대해 떠들어 댄다. 참지 못하고 몇 마디의 말을 내뱉은 건 아닌지, 순결을 지키지 못한 건 아닌지. 응당 그래야 하는 대로, 깔끔하게 이야기가 끝나지 못했을 때 사람들은 여자를 비난할 수 있는 구실들을 끝도 없이 생각해 낸다.


시간이 부족했던 건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 게다가 정말이지, 그렇게 나쁘지 만도 않다.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깃털 달린 날개가 하나 생겼을 뿐이니까. 어깨 위에 코트를 걸치면 티도 거의 나지 않아 어디에서든 당할 수 있었던 부상처럼 보인다. 잘못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형들 모두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버린 지금, 더 딱하게 된 사람은 여동생이다. 형들은 누구도 왕의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나 기다리면서 얼쩡대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마을 여자 아이들 몇 명은 그들을 그리워하지만. 형들은 여간해선 편지를 쓰지 않는다. 하긴 백조로 살았던 그 시간 내내 우리가 글을 쓸 일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동생에게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실수인 오빠, 왼손으로 펜싱 하는 법을 배우려고 애를 쓰고 있고 고개 숙여 절을 할 때마다 닭처럼 보이지는 않는지 염려하고 있는 오빠 외에는 보여줄 것이 남아있지 않다. 차라리 팔을 잃었더라면 더 쉬웠겠지, 나는 가끔 생각한다. 빈 소매에는 결국 다들 익숙해질 테니. 낯선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도 더 수월했을 것이다. "대포는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팔을 잃은 게 아니에요, 단지-" 정말이지 다른 식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날씨나 여자의 옷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동생은 사람들의 말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끔 나는 궁금해진다. 마지막 셔츠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았기를 그녀가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


 사람들은 우리의 어머니가 계모였다고 말한다. 마치 일곱 명의 아이가 딸린 남자와 결혼을 하면서 애가 한 명일 뿐이라고 믿을 여자가 세상에 있기나 하다는 듯이. 당연히 그녀는 우리를 직접 낳았다. 한 명 한 명 낳을 때마다 진이 빠져가면서, 드디어 애타게 원했던 딸을 얻을 때까지. 그 딸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거울이 되었어야 했다. 그녀의 진짜 거울이 그녀가 듣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기에. 하지만 글쎄, 내 여동생은 아버지를 닮았다. 고집 세고, 용감하며, 불운한 그 코 모양까지도. 가족 중에 예쁜 이를 굳이 고르라면 - 하지만 백조의 날개를 달고 있는 남자는 더 이상 허영을 부릴 수 없겠지.


내 동생은 아직도 왜 어머니가 그런 짓을 한 건지 알고 싶어 한다. 그녀가 미워했던 것이 우리인지, 남자들인지, 인생인지, 아니면 여동생 자신인지. 나는 그녀에게 우리의 어머니가 육아실 바닥을 서성대며 괴물들에게 쫓기며 자라는 아름다운 여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었던 밤들에 대하여 말해준 적이 없다. 동생은 그 괴물이 누구였는지, 우리의 아버지였는지, 아니면 그녀를 처음 가졌던 다른 남자인지, 혹은 거리에서 그녀에게 굶주린 눈빛을 던지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어 했을 테니까. 나는 답을 알지 못하고, 그렇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반만 완성된 셔츠 같은 대답은 아예 없느니만 못하다.


나는 궁금하다. 어머니는 우리를 보호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겁내지 않아도 될 만한 어떤 것으로 우리를 바꾸려고 한 걸까. 백조는 아름다운 동물이지만 그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괴물이 될 수 없는 동물들은 거의 없다. 우리는 아름다웠고, 물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수면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리고 비행. 이것만큼은 어머니를 원망하기 힘들었다. 화살처럼 아침 하늘 속으로 날아오르면 차가운 공기가 가슴을 시리게 하고, 날개가 부딪히면 ― 나는 다시 인간이 된 것이 싫지 않지만 어머니가 이런 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확신할 수가 없다.


*****


사람들은 동생이 쐐기풀을 엮어 우리의 셔츠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녀가 쐐기풀을 택했더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쐐기풀을 엮어 무엇이든지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 받을 자격이 있다. 벗겨진 손가락과 못마땅한 눈빛이 아니라. 그러나 쐐기풀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도록 내버려두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할 때는 막으려 해 봤자 소용이 없다.


사실 그것은 말들이었다. 우리의 어머니가 주문을 엮어냈듯이, 한 번에 한 단어씩 쌓아 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엮어냈기에 그들은 더욱 강력했고 손으로 잡아낼 수 있는 가느다란 실들로 변했다. 사람으로 돌아 온 후에 나도 한 번 시도해본 적이 있다. 일주일 간 침묵하면서 한 손으로 단어들을 꼬아 보았지만 설사 뜨개질을 할 줄 안다고 해도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그걸 가지고 뭘 하려고 했는지 나로서도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밤 창턱에 두었더니 다음 날 아침에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따가운 것은 사실이다. 말을 할 수 없으면, 혀가 백조의 혀로 변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부를 수 있는 말들을 잃어버리게 되면. 우리는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서로에게 할 말들을 떠올리곤 했지만 모두 잊어버렸다. 사물들을 바라보며 내가 그들을 부르는 말들을 애초에 알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던 것을 기억한다. 바위를 가리키는 말이 존재한 적이 있나? 한 해 중 가장 긴 날의 물색은? 증오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은?


나는 때때로 동생에게 저녁 식사 후 그녀 남편의 손가락이 내 팔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에 대해, 그가 너무 가까이 서 있어 그의 눈 색깔이 가장 긴 밤의 바다색이라는 것을 내가 알 수 있음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적절한 말을 기억해 낼 수가 없다.


*****


사람들은 그가 동생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싶다. 그가 단지 미스터리에, 브랜디를 마시고 시가를 다 피우고 나서도 궁정의 밤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흥을 돋워주는 이상한 일에 끌린 것만은 아닐 거라고. 그가 짓는 미소를 보면 그녀가 아버지의 코를 가졌어도 개의치 않는 건 확실해 보인다. 나는 모든 것이 이렇게 단순하기를 원한다. 해피엔딩이 그래야 하는 대로. 더 이상의 잘못 흘러가는 부분 없이.


하지만 내가 어슬렁대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떠나기로 한다. 말을 타고, 오른쪽 엉덩이에는 총을 찬 채로. 펜싱처럼 신사적이진 못 해도 늑대들을 막아낼 수는 있겠지. 이것은 그녀의 해피엔딩이고 잘못 풀린 것들은 남아 있을 자리가 없다. 나도 노력했었다. 여자들과 춤을 추고, 그들이 내 깃털을 만지작대며 웃어대도 가만히 있으면서. 하지만 내 여동생이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결혼을 해서 안전해지는 일은.


나는 이미 위험한 것들을 너무 많이 안다. 그녀 남편의 손이 닿을 때마다 내 숨이 가빠지는 것도, 비말에 젖어 차가워진 여동생의 뺨이 내 뺨에 맞닿았던 기억도, 가을 달 아래에서 날개를 활짝 펼칠 때의 느낌도. 영원히 침묵할 수는 없다. 나는 지쳤다. 백조로 사는 동안 계속 침묵했기에.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는 않다. 어딘가 분명히 내 이야기가 늘 잘못된 결말로 끝나지 만은 않는 곳이 있겠지.


길에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낼 것이다. 왼손으로 휘갈겨 써야겠지만, 어차피 내 글씨는 예쁜 적이 없었으니까. 한쪽 발이 염소 발인 남자를 만났어, 이렇게 써야지,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번에는 잘못 끝난다고 해도 다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내 잘못이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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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년 무렵에 우연히 읽고 너무 좋아했던 [백조 왕자] 팬픽인데 이제서야 옮겨 올려본다. 현재는 AO3의 회원만 볼 수 있는 잠금 글로 올라와 있어서 원 글을 쓰신 분에게 허락을 구하려고 몇 번이나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이 없으셔서 실례를 무릅쓰고 올려본다. 원 글을 쓰신 분 라이브 저널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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