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The Art of Caring

[Support the Girls]

 

"당신은 언제나 그래요." 이번 일은 관대하게 넘어가겠다는 지점장 리사의 말에 부엌 직원인 알투로가 말한다. 곧 해고로 이어질 거라는 걸 양쪽 모두가 아는 순간인데도 누구도 화를 내지 않고 폭발하지도 않는다. 보고 있던 내가 예상치 못하게 눈물이 터져나와 당황할 뿐. 리사는 차분하게 해야 할 말을 이어나간다. 그녀로서도 어쩔 수 없다. 오늘 아침 알투로의 사촌이 가게 천장에 갇혀 있다 구출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직원이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고, 경찰에게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둘러대며 넘어갔지만 도난 사건을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다. 가슴이 아프다는 리사의 말은 진심으로 보이지만 낯선 일은 아닌 것 같다. 

영화 [Support the Girls]는 이런 작은 좌절들로 가득하다. 미국의 체인점 후터스(젊은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서빙을 하는 스포츠 바)를 모델로 한 '더블 왜미'(여성의 가슴을 속되게 부르는 말)의 지점장인 리사는 가게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상사이자 반쯤은 엄마고, 또 반쯤은 슈퍼 히어로 같은 존재다. 리사는 종종 등장하는 무례한 남자 손님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들로부터도 직원들을 보호해주고 싶어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렇지만 가장 좌절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무신경하고 무례한 '더블 왜미'의 주인은 첫 번째 규칙으로 '드라마를 일으키지 말 것'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리사는 되받아친다. 20살짜리들에게 드라마를 일으키지 말라고요? 아예 숨을 쉬지 말라고 하지 그래요! 

하지만 리사도 한계는 느낀다. 이혼 중에 있는 남편은 대화조차 거부하며, 대기업 체인에 맞서야 해서 신경이 곤두선 주인은 리사의 헌신에 감사하기는커녕 되려 비웃으며 닦달한다. 폭력적인 남자친구를 차로 쳐 큰 곤경에 빠진 직원은 기껏 주인에게 욕을 먹어가며 도와줬더니 그 남자와 재결합을 하고, 나타나지 않던 다른 직원은 옆구리에 유명한 농구 선수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문신으로 새기고 와서는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리사의 양 날개 역할인 베테랑 직원 메이시와 다녤이 염려하는 대로 '더블 왜미'는 리사를 갉아먹고 있다.

[Support the Girls]의 가장 큰 장점은 절묘한 균형감각이다. 좀 더 낙천적인 영화였다면 리사는 직원들의 반란 덕에 '더블 왜미'에 다시 고용되어 위기에서 가게를 구해냈을 것이고, 비관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직원들은 리사는 자신의 진심 어린 헌신에도 불구하고 자기파괴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직원들을 막지 못해 무력감과 회의감에 지쳐 나가 떨어졌을 것. [Support the Girs]는 굳이 비관적이지 않아도 현실적일 수 있고 모든 일이 마법처럼 해결되지 않아도 관객이 여전히 희망을 느끼게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리사 한 명의 애정과 헌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으리라는 것은 관객인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충성스러운 직원인 메이시가 외치듯이, 정말로 자신을 생각해주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은 한 사람을 바꿔놓을 수 있는 경험이다.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니 리사는 결국 한 명씩 한 명씩 세상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여성 평론가들 사이에서 자자한 입소문을 보고 2019년을 이 영화로 시작하고 싶어 안달한 보람이 있었다. [여자들을 지지하세요]라니. 이렇게 제목이 적절한 영화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통쾌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를 지지한다. 세상의 많은 멋진 것들이 그러하듯이, 여성의 우정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에.  

당장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좌절감과 진심 어린 관대함 사이를 끝없이 오가는 지점장 리사를 맡은 베테랑 배우 레지나 홀은 눈이 부시며, 연기 경력이 없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다녤 역의 힙합 가수 샤냐 맥해일, 그리고 [콜럼버스]와 [지랄발광 17세] 등의 훌륭한 인디 영화들에서 이미 실력을 입증한 헤일리 루 리처드슨의 활약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팬이라면 빅 부 역의 배우 레아 들라리아도 매우 반가울 것. 레아 들라리아는 리사와 더불어 '더블 왜미'의 직원들을 보호해주는 터프한 레즈비언으로 나오는데 마치 빅 부의 출소 후 모습을 보는 듯 한 재미가 있다. 시상식 시즌의 과장을 미리 당겨 써 보자면, 세상에 정의가 있다면 [Support the Girls]는 앙상블 코메디 상은 모조리 다 휩쓸어야 한다. 그리고 레지나 홀은 오스카 주연상을 지금까지의 길고 성공적인 커리어에 추가할 자격이 충분하다. 

*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도와주신 에페님께 큰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written words

와조스키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