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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요, 아저씨들

케이트 비튼이시여 동시대에 살아서 영광입니다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케이트 비튼은 누구의 영향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은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녀의 스타일은 현존하는 웹 코믹스 작가들 중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고 주류 코믹스와도 거리가 멀다. 소재 역시 역사부터 문학, 페미니즘과 팝 컬쳐 패러디까지 굉장히 넓은 영역을 아우르기 때문에 역사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그렇게만 말할 수도 없다. 내가 케이트 비튼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2008-2009년 무렵으로, 셜록 홈즈를 소재로 한 그녀의 코믹이 한창 외국 웹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던 시절이다. 이미 그때부터도 인터넷 셀레브리티였지만 지금은 훨씬 더 유명해져서 책도 여러 권 출간되었고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 셀러에도 오른 인기 작가가 되었다. 늘 말하지만 인터넷의 시대에, 특히 1세계 영어권에서 발굴되지 못하는 재능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은 해양 박물관의 사서 출신인 케이트 비튼이 가장 좋은 예다. 


사실 몇 년 전에는 나는 케이트 비튼이 좀 현학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역사를 전공한 그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코믹을 많이 그리는데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되니 멋대로 현학적이라고 선을 그었던 것.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를 다룬 작품들은 좋아했었지만 그 외엔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잊고 있다가 열광적인 팬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이 코믹.



너무 멋있지 않은가! 제롬 케이 제롬의 <자전거를 탄 세 남자>에서도 부정적으로 묘사된 당시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젊은 여성들에 대한 이 코믹을 보고 나서야 나는 케이트 비튼이 풍자와 유머를 통해 페미니즘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후 같은 제목을 가진 양장본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아마존으로 달려가서 예약을 걸었고 <Step Aside, Pops> 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읽고는 완벽하게 팬으로 다시 태어나서 첫 모음집이었던 <Hark! A Vagrant>도 구입했다. 다시 만난 케이트 비튼은 완벽한 내 취향이었다. 역사 문학 팝 컬쳐 그리고 페미니즘! 그리고 그 모든 주제를 신랄하고 허를 찌르는 유머로 전달한다. 왜 이렇게 늦게 좋아하게 됐냐고 하면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밖에. 현학적은 개뿔. 그녀는 진짜 천재다.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영광인 천재.


그간 늘 케이트 비튼의 작품을 몇 개라도 번역해서 올려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되나 싶어서 망설이다가 몇 달 전 작가에게 직접 허락을 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영영 답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 마침 허락하는 답장을 받았으니 만들어 둔 걸 올려본다. 폰트가 들쭉날쭉 한 건 내가 직장에서 짬 날 때마다 하다가 집에 가져와서 했다가 뒤죽박죽 작업했기 때문이니 무시하시고. 케이트 비튼의 작품은 여전히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책을 주문하고 싶은 분들은 아마존으로 가시면 된다.



이다 B. 웰스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으신 분? 난 케이트 비튼이 소개하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인인 그녀는 여성 참정권 운동부터 인종 차별 반대 운동까지 모든 면에서 늘 앞장 서서 선구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던 인물이라고. 케이트 비튼 역시 그녀의 자서전인 <사자들 사이의 칼>을 읽고 영웅적인 롤 모델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이다 B. 웰스에 대한 더욱 자세한 설명은 케이트 비튼의 홈페이지에서 읽어볼 수 있다. 사서 출신 답게 케이트 비튼은 독자들도 직접 읽어볼 수 있는 자료의 링크들도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 된다. 


 케이트 비튼이 만들어낸 인물들 중 가장 인기가 많지 않을까 싶은 <숙적>의 귀여운 커플. 이 둘에 대한 후속편을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두 번째 책에는 더 긴 얘기가 실려있다. 나는 케이트 비튼의 나폴레옹과 이 둘 중 누가 더 귀여운지 결정을 못 하겠다. 둘 다 너무 귀여워...! 

억울하게 업적을 빼앗긴 여성 과학자의 대표격인 로잘린드 프랭클린. DNA 연구자였던 그녀의 업적을 경쟁 관계에 있었던 남성 과학자 왓슨과 크릭이 가로채서 노벨상을 받은 이야기를 코믹으로 옮기면서 케이트 비튼은 분통을 터뜨린다. 좋은 소재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이런 얘기를 쓸 때 같은 여성으로서 얼마나 화가 나는지 모른다고.하긴  이걸 보고 화를 안 낼 여성들이 몇이나 있을까. 이 얘기는 영화로도 연극으로도 있지만 이제 케이트 비튼 덕에 코믹으로도 존재하게 되었다. 케이트 비튼 최고.


이 외에 그녀가 자주 다루는 소재에는 원더우먼, 로이스 레인,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등등 수많은 여성들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체크하시길. 놓치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깝다. 여성들 얘기 뿐만 아니라 쇼팽 같은 남성 음악가나 에드가 앨런 포 같은 남성 작가들도 물론 다루어지고 있고 역사부터 중세, 그리스 신화 등도 있으니 하여간 여러분 마음에 들 것이 무조건 하나는 있다!


#케이트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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